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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테크

빚만 8억, 젖소 팔아도 못갚아! 푸르밀 앞 낙농인 절규

by 신입블로그 낌미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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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전 목장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모은 돈에 8억원 가량 대출을 받아 시작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우리 젖소 47마리 전부 팔아봐야 1억원 남짓이라 갚지도 못해요. 하루에 나가는 이자만 해도 엄청나서 무슨 수로 감당할 지 막막합니다." (41세 낙농인 A씨)

범롯데가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내달 말 사업을 종료키로 하면서, 그동안 이 회사에 원유를 독점 공급해 온 낙농가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 임실에 위치한 낙농가 소속 농민 약 50명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갑자기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를 통보한 오너 일가를 규탄했다.

푸르밀에만 원유를 납품하고 있는 약 25개 직속 낙농가 관계자들은 "푸르밀의 갑작스런 영업종료로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며 사측에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푸르밀은 하루 평균 110t의 원유를 낙농가로부터 공급 받아왔다. 이 가운데 88t은 낙농진흥회, 22t은 직속 낙농가로부터 수급했다.

이상옥 임실군 낙농육우협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임실 낙농가들은 푸르밀의 요청에 따라 1979년부터 푸르밀에만 원유를 공급해 왔다"면서 "40여년간 함께해 온 푸르밀로부터 내달 30일자로 원유제공 중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푸르밀 신동환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며 "무성의한 태도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푸르밀은 각 농가가 보유한 기준 원유량을 시가로 인수하고,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런 요구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25개 낙농가가 낸 빚이 총 120억원을 넘는다는 게 이 회장 설명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푸르밀에만 원유를 납품해오던 낙농업체들은 정말 하루 아침에 납품처를 잃게 된 것"이라며 "이들 농가의 타격이 정말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젖소 젖은 하루라도 짜주지 않으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며 "생산된 원유가 폐기 처분 될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원유를 납품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인 쿼터를 사는데 이미 빚을 진 상태"라며 "푸르밀이 영업 종료를 하면 이 쿼터가 다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가들이 새 납품처에 원유를 공급하려면 새 쿼터분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미 빚이 있는 상태라 새 쿼터분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 17일 350여명의 전 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다음 달 30일 자로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히며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수년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누적 적자가 커졌으나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가 모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2007년 롯데우유를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면서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신 회장 둘째 아들인 신동환씨가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노조 측은 신동환 대표 체제로 전환한 뒤부터 위기가 본격적으로 찾아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신 대표 취임 후 푸르밀 실적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신동환 대표 취임 첫 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적자폭이 커졌다.

전날에야 푸르밀 사측은 통보 이후 노조 측과 첫 대화를 가졌다. 노조는 오는 26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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