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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테크

현대차·테슬라도 ‘로봇 굴기’ 외치는 이유는

by 신입블로그 낌미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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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 시포트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로봇 전문 액셀러레이터(보육기관) 매스로보틱스(Mass Robotics). 대학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이곳에서는 보스턴 근교 매사추세츠 공대(MIT), 하버드, 보스턴대학(BU) 출신 등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들이 실험실에서 개발한 로봇을 실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근 명문 대학 연구진들이 속속 창업에 뛰어들면서 2013년 12개에 불과했던 입주 스타트업은 108개로 늘었다. 이들이 투자받은 금액은 3억5000만달러(약 4603억원)를 넘어섰다.

 

매스로보틱스는 로봇 시장 진출과 인재 영입을 노리는 대기업·기관·투자사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아마존로보틱스, 아이로봇, 아일랜드 투자청 등이 설립 초기 파트너다. 로봇 산업에 대한 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후원을 자처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조이스 시도폴로스(Joyce Sidopoulos) 매스로보틱스 공동 설립자·최고운영책임자(COO)는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고 특히 미쓰비시,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무상으로 로봇 장비를 빌려주면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보스턴을 전 세계 로봇 산업·스타트업 생태계의 수도(Capital)로 키우기 위한 정부·시·대학·기업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 정보기술(IT),제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보틱스 산업 선점을 위한 전 세계 테크·제조기업들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테슬라뿐 아니라 아마존, 구글 등 정보통신(IT) 공룡 기업들에 현대차, 도요타, 삼성전자 등 제조기업까지 뛰어들면서 로봇 시장이 빅테크의 ‘미래 먹거리’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 주도로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대형 인수합병(M&A)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로봇 시장은 전통적인 IT 업체들이 아니라 제조 기술에 특화한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대체할 미래 전략 자산 부상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보스턴에 설립하는 로봇AI연구소(BDAII)에 4억달러(약 5285억원)를 초기 투자한다고 밝혔다.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가 수장을 맡게 될 연구소의 모토는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집중한다’로 정해졌다. 첨단 로봇 제작에 있어서 당장의 수익화 모델에 연연하지 않고 첨단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와 장기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소는 시작부터 미국 초일류대학 연구실과의 협력과 스핀오프(Spinoff)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실험실에 머물러 있는 로봇을 세상 밖으로 들고 나오자는 취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BDAII 산하에 설립 추진 중인 로봇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은 MIT, 하버드 연구소의 ‘실험실 창업’에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레이버트 회장의 MIT연구실인 ‘레그렙’에서 시작돼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미국 듀크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보스턴에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 로보틱스(Realtime Robotics)’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9월 30일 개최하는 ‘테슬라 인공지능(AI)데이’ 행사에서 자체 개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지난해 AI데이에서 테슬라는 170㎝를 넘는 키에, 56㎏ 무게로 성인 평균 체형을 갖춘 로봇의 주요 제원을 공개했다. 머스크 CEO는 이후 트위터에서 로봇 이름을 ‘옵티머스’라고 소개하며 9월 30일 로봇 완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로봇 시장 진출을 시사하면서 로봇 테크에서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그는 “테슬라의 ‘4륜 로봇(자동차)’은 사람들이 여행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면서 “우리는 AI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장할 것이고 이를 달성하려면 로봇이 충분히 똑똑해지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테슬라는 자체 개발 AI 반도체 ‘D1’을 장착해 구현에 성공할 경우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후카쿠’보다 2배 이상 빠른 슈퍼컴퓨터 ‘도조’를 개발 중이다. 이 컴퓨터는 향후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는 뇌과학 전문기업 뉴럴링크도 설립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머스크 CEO가 뇌 과학에 심혈을 쏟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헬스케어 사업 목적이 아니라 테슬라의 로봇 비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요타는 수년 전부터 자체 리서치연구소와 투자 자회사를 통해 연구개발과 창업 생태계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전략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는 자체 연구소(TRI)를 확대 개편해 우븐 플래닛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아래에 사업 회사와 투자 회사를 뒀다. 우븐 캐피털의 초기 펀드 규모는 8억달러(약 1조540억원)로 알려졌다.

포드 역시 미시간 대학교에 자체 로봇 연구소를 설립했다. 포드가 7500만달러(약 988억원)를 투입해 약 1만2000㎡ 규모로 지어진 첨단 시설에 미시간대학교 연구진과 산학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시뮬레이션 다음 단계로 실제 하드웨어를 구현하는 로봇 연구에서는 미국에서도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테크 기업들도 로보틱스 원천 기술 확보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8월 MIT 출신들이 공동 창업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로봇청소기 회사 ‘아이로봇’을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공급망 문제로 아이로봇 실적이 저하되자 오히려 저가 인수 기회로 삼았다. 아마존은 총 17억달러(약 2조2372억원)를 투입해 전액 현금을 주고 부채까지 매입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사들였다. 아마존은 2012년 물류 자동화 기업인 키바시스템을 인수해 아마존 로보틱스로 개편했다. 지난해엔 가정에서 보안과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기능 로봇 ‘아스트로(Astro)’를 공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알파벳(구글)은 지난해 말 로봇 사업을 위해 ‘에브리데이 로봇’을 분사했다. 구글 본사에서 시제품 로봇 100여 대를 배치해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용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을 이르면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은 삼성종합기술을 통해 10년 전부터 상당한 로봇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샤오미는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 원’을 공개했다. 키 177㎝에 무게 52㎏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사이버원은 레이진 샤오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한 후 꽃 한 송이를 건네고 셀카를 찍었다.

▶국방, 제조, 모빌리티, 물류까지 적용 확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과 자동화가 일반화되면서 국방, 제조, 모빌리티, 물류, 정보통신 등 산업 곳곳에서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일손 부족, 인건비 상승과 함께 AI와 로보틱스가 제조업과 IT 산업 미래를 바꿔나갈 핵심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빅테크·제조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이유다.

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6G, 빅데이터, 머신러닝, 하드웨어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여러 사업을 붙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려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하다. 6세대(6G) 이동통신 같은 초고속 미래 통신 인프라도 필수적이다. 여기에 로봇이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수집한 정보는 고스란히 기업에 ‘빅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여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봇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 장치를 의미한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산업용(제조)과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한다. 산업용 로봇은 공장자동화, 협동 로봇 등 제조 현장에서 널리 쓰인다. 서비스용 로봇에는 국방, 의료 등 전문서비스 로봇과 가사, 건강 교육 등 개인 서비스 로봇 등이 있다. 더 큰 범위에서는 자율주행차, 드론, AI 스피커 등을 로봇 개념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있진 않지만 인간과 거의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휴머노이드’ 로봇이 로봇 사업의 ‘끝판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은 글로벌 수술 로봇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창업자인 프레더릭 몰은 의사 출신으로 레지던트 근무 당시 로봇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95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의 시가총액만 787억달러(약 105조1982억원)에 달한다.


최근엔 응용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되고 실생활에서 쓰이는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조와 서비스로 구분되는 로봇 영역 간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가령 제조업 생산 공정에서만 활용되던 협동 로봇의 경우 의료와 푸드 등 서비스 부문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쓰이는 수술 로봇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로봇 테크 분야 중 하나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로봇 의존도가 급속도로 커지는 분위기다. 반복 업무가 많은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등 분야·업종도 다양화하고 있다. 미국 첨단자동화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작업 로봇 주문은 16억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늘었다. 업계가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금속가공업체 아테나 매뉴팩처링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처음 로봇을 생산라인에 투입한 이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로봇 4대를 신규 도입했다. 반도체, 에너지, 항공우주 산업에 사용되는 금속 장비 수요가 급증했지만 주중 2교대 근무 등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였다. 로봇 도입 후 사람이 하면 3시간이 소요되던 용접, 연마 작업은 30분으로 단축됐다. 회사는 지난 18개월간 로봇 7대를 구매하는 데 8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미국과 중국 패권국가의 ‘로봇경쟁’… 한국엔 기회

커지는 산업 규모와 함께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가의 ‘로봇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로봇 산업을 지금의 반도체처럼 앞으로 10~20년 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

미국은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 중심의 ‘산학연’ 민간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과 제조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로봇 사업 로드맵을 통해 ▲제조업 ▲의료 ▲헬스케어(재활로봇) ▲서비스업 ▲우주 ▲군사 6개 분야에서 로봇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 2.0) 추진을 통해 대학을 비롯해 산업계와 비영리조직, 민간 스타트업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했다. 2016년 ‘로봇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는 2025년까지 로봇 산업 매출액을 연평균 20% 이상 높이겠다고 선언하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월 선양의 시아순 로봇자동화회사를 방문해 과학기술 혁신의 일환으로 로봇 산업 육성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로봇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모터, 센서, 감속장치 등 핵심 부품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이 과제다. 중국은 2025년까지 핵심 기술과 부품, 소재를 70%까지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과 로봇 기술 연구개발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자율주행 등 첨단 로봇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서는 데이터 소유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으로 성장한 중국 업체들이 로봇이 수집한 정보를 언제든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서빙 로봇에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미국 로봇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을 대체하는 로봇 생산기지로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중국산 로봇의 보안 우려, 품질 저하 문제 등과 맞물려 제조기술이 뛰어난 한국을 전 세계 ‘로봇공장’의 잠재적 후보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서빙 로봇을 수출할 수 있는 점도 한국에서 로봇을 생산했을 때 이점이다. 이미 중국산 로봇은 자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업계에선 보조금 규모를 기업 이익의 20% 수준으로 추산한다. 중국 로봇 업체인 푸두로보틱스, 키논로보틱스 등이 한국 제품보다 25% 이상 싼 가격의 로봇 납품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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