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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테크

인플레이션에 독해진 파월, 빅스텝 고심하는 한은

by 신입블로그 낌미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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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로 결심했고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서는 강한 매파적 발언이 쏟아졌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직후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다.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서라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라는 급한 불부터 먼저 진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高)환율의 거친 풍파 속에서 한국은행을 이끌어온 이창용 총재로서는 피치 못할 난관을 맞닥뜨렸다. 최고조로 향하는 강달러의 압력을 받아 크게 출렁이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일이 당장의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을 필두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전 세계 통화 긴축의 행렬에서 이 총재 역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21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종전의 2.25~2.50%에서 3.00~3.25%로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6월과 7월에 이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시장에 충격을 던져준 것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공개한 점도표였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은 2022년말까지 기준금리(중간값)가 4.4%로 상승한 뒤, 2023년말 4.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뒤이어 2024년말에 이르러서야 3.9%, 2025년말 2.9%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준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FOMC가 쏘아올린 매파적 신호에 미 주식시장은 곧바로 새파랗게 얼어붙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1.70%, S&P500 지수는 1.71%, 나스닥은 1.79% 줄줄이 하락했다.

고(高)물가에 쫓기는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몸값은 더욱 높아졌다.

금융데이터 전문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비한 미 달러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110대로 올라섰다. 1년 변동률은 무려 18.21%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가치 평가 측면에서 달러는 현재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강세 사이클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고 보이나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여지가 좀 더 남아 있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미국이 일으킨 통화 긴축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는 선진국마저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며 대응하고 있다.

주요 10개국(G10)에 속하는 캐나다가 지난 7월 기준금리 100b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스웨덴마저 100bp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자본 이탈을 우려해 쫓기듯 금리를 올려야 하는 신흥국도 아닌, 선진국조차 금리 인상을 서두를 정도로 통화 긴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100bp 인상은 신흥시장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G10에 속한 선진시장조차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미국발(發) 긴축 충격에 적잖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월평균 달러·원 환율은 1221.03원이었으나 8월에는 1318.44원으로 8.0% 상승했다.

FOMC의 '자이언트 스텝' 소식이 전해진 이날에는 1400원선마저 뚫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애당초 금통위는 연내 남은 10월과 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며 통화정책 '연착륙'을 시도하려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초(超)저금리를 지렛대삼아 심각하게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 문제는 금통위의 과감한 금리인상을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말 기준 18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과 깊이 연결돼 있어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 부실을 유발해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인 긴축 행렬로 인해 금통위 역시 '빅스텝'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2일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종전의 0.25%p씩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려 했던 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릴 것이라는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수개월간 제가 드렸던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다. '어떤 조건이 유지되는 한'이라는 전제 조건을 갖고 있다"며 "그 이후 가장 크게 변한 전제 조건은 미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듯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한 달 새 바뀌어서 4% 수준에서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은 '빅스텝'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올해 안에 빅스텝을 한 번 이상 단행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졌다"며 "10월에 한 번 빅스텝을 하거나, 10월과 11월 모두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에 우리나라가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미국 연준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수준이 대폭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금통위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이 시장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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